대숙취에서 인사 보낸다(Привет с большого бодуна) · 듀나(Дюна)
https://www.youtube.com/watch?v=3LRoFmztnJM
아주 예전에 신청받은 노래인데 이제 소개하게 되는군요.
듀나는 1987년 베이시스트 세르게이 카틴(Сергей Катин) 등이 모스크바에서 결성한 팝 밴드입니다.
원래는 (본인들 말에 따르면) "아락스 스타일의 아트 락과 하드 락을 추구하던" 락 밴드로 모스크바 필하모닉 소속으로 활동했는데 1988년경 카틴이 쓴 노래 "리모니아國(Страна Лимония)"를 계기로 코믹한 노래를 주로 하는 팝 밴드로 변신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대숙취 노래보다 어떤 면에서 더욱이 기념비적인 노래가 리모니아 노래인데, 이 노래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다루어 보겠습니다.)
"대숙취에서 인사 보낸다"는 듀나가 리모니아의 노래로 상당한 인지도를 얻은 이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카틴은 이 노래를 쓰면서 숙취라는 역겨운 것을 긍정적이고 심지어는 일부 낭만적으로까지 써 보려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노래는 기존 레퍼토리를 모은 1993년 앨범에 수록되었고, 리모니아로 히트를 친 듀나는 이 "진실로 포크적인 노래"를 발표하며 히트곡을 2연속으로 배출하게 됩니다. 카틴은 해당 앨범 발매 직후 밴드를 나가게 되지만, 이후 듀나의 노래들은 이런 포크 스타일의 노래가 주를 이르게 됩니다.
"보둔"(бодун: будун이라는 바리에이션도 존재)은 러시아어로 숙취를 의미하는데, 당시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어였습니다. 안 쓰는 단어는 아니었는데(이전에 소개한 밴드 아욱치온의 1991년 앨범 제목이 "보둔"입니다. 다들 아욱치온 하면 "새" 앨범만 떠올리지만) 그렇게 잘 알려진 단어는 아니었고, 소련 시절 노래 제목에 이렇게 대놓고 "통속적인" 단어를 쓰는 일이 잘 없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단어 자체만 보면 마치 러시아의 어느 지역 이름처럼 들리다 보니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제목을 "볼쇼이 보둔(Большой Бодун)이라는 동네에서 인사 보낸다"로 해석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고, 또 카틴도 가사를 쓰면서 의도적으로 그런 애매함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한국어로 도저히 살릴 수 없어서, 저는 그나마 지명으로 들리는 "대숙취"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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Год за годом растут большие города
세월이 흐르며 대도시들이 쑥쑥 자라나고 있어
Все для народа, в любое время года
모든 것은 인민을 위해, 그 언제가 되었든
Нам навстречу встает великая страна
위대한 나라가 우릴 향해 일어서고 있어
Так добрый вечер!
그러니 좋은 저녁!
Привет с большого бодуна!
대숙취에서 인사를 보내!
Мы рады встрече, но если кто то не здоров
만나서 반가워, 혹시 누가 몸이 편치 않다 그러면
Так я отвечу, что мы без докторов
이렇게 답할게, 우리 동네에 의사는 없다고
Болезни лечим бокалом доброго вина
우린 질병 따윈 맛 좋은 포도주 한 잔으로 다스려
Так добрый вечер!
그러니 좋은 저녁!
Привет с большого бодуна!
대숙취에서 인사를 보내!
На рассвете все слышен звон гитарных струн
동 틀 무렵이면 모두가 기타줄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들어
А свежий ветер разносит по планете
온 사방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Песни эти поет и Белла, и чугун
새햐얗든 시커멓든 모두가 함께 이 노래를 불러
(* 직역하면 '미인이든 강철이든' 정도가 됩니다. 한 동안 이 부분에서 번역이 막혔는데, 우연이 찾은 결과 둘은 각각 피부가 하얀 사람과 피부가 시커먼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합니다.)
Нет на свете прекрасней города Бодун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숙취보다 아름다운 동네는 없어
Привет с большого бодуна!
대숙취에서 인사를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