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Я верю, друзья / Четырнадцать минут до старта(나는 믿네, 친구들 / 발사까지 14분)

https://www.youtube.com/watch?v=lgXabRNXn8s 

"Земля — колыбель человечества, но нельзя вечно жить в колыбели."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하지만 영원히 요람 속에서 살 수는 없다."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

 

"소련 체제는 확실히 땅에서보다 우주에서 더 잘 나갔다" (브라이언 모이나한, 미국 저널리스트)

 

소련의 유명 작가 블라디비르 보이노비치(Владимир Николаевич Войнович, 1932년생)와 소련의 유명 음악가 오스카르 펠츠만(Оскар Борисович Фельцман, 1921-2013)가 작곡한 소련의 노래입니다. 원래는 가요로 발표되었으나 이후 소련 우주군의 군가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소련에서 가요가 군가로 "벼락출세"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습니다.) 그 유명세에 걸맞게 상당히 많은 버전이 존재하지만 처음으로 이 노래를 부른 소련의 인민예술가(배우/가수) 블라디미르 트로신(Владимир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Трошин, 1926-2008)의 버전이 제일 유명합니다.

 

보이노비치의 회고에 따르면 1960년 전연방 라디오(Всесоюзное радио)의 진행자였던 나탈리야 수하레비치의 의뢰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당시 수하레비치는 보스토크 1호 미션을 기념하여 여러 유명 음악가들에게 우주를 주제로 한 노래를 의뢰하였으나 기한이 2주로 촉박하였기에 계속해서 거절당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까지 상대적으로 무명이었던 보이노비치는 그 소식을 접한 뒤 가사를 쓰기 시작해 수하레비치에게 제출했고("내일 제가 제출하지요"라고 수하레비치에게 말한 뒤 바로 그 다음날 제출.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전부터 미리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수하레비치는 이 결과물에 매우 흡족해 했다고 합니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같은 날 펠츠만이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완성했고 바로 그 날 저녁 트로신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노래는 보스토크 미션 성공 직전까지는 널리 퍼져나가지 못했으나, 이후 사실상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에 있어 반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1962년 여름 보스토크 3호 및 4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흐루쇼프는 가사를 귀환 연설에서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유리 가가린도 이 노래를 상당히 좋아하였기에 지구로 귀환한 뒤 라디오 연설 당시 이 노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 관계자들이 노래 테이프 상태가 좋지 않아 송출이 불가하다고 하자 가가린은 이 노래가 아니면 연설을 할 수 없다고 고집했고, 거의 몇 분 만에 관계자들은 상태가 좋은 테이프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재미난 뒷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보이노비치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소련 시절 "반동분자"스러운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고, 국내외에 사미즈다트도 많이 발매한 작가 중 하나입니다. 결국 1974년 보이노비치는 "작품과 정치 태도의 불건전함"으로 소련 작가 동맹에서 쫓겨났고 심지어 6년 뒤에는 소련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서독 뮌헨에 정착. 여담으로 보이노비치의 부친은 스탈린 시절 대숙청에 휘말려 5년 동안 굴라크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90년이 되어서야 고르바초프에 의해 복권됩니다.) 이로 인해 1974년 이후 이 노래의 활용 빈도는 급격히 낮아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는 우주 탐사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였던지라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소련 붕괴 후에도 보이노비치는 돈바스 전쟁을 비난하는 등 푸틴 정권에 대해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노환으로 2018년 사망합니다. 보이노비치의 대표작으로는 풍자 소설인 "이병 이반 촌킨의 삶과 놀라운 모험들"(1969), "모스크바 2042"(1989) 등이 있습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가 버전마다 다른 걸 확인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아래에 상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

 

Заправлены в планшеты космические карты,
지도 가방에 우주 지도를 꾸리고
И штурман уточняет в последний раз маршрут.
항법사는 마지막으로 경로를 확인하네
Давайте-ка, ребята, Закурим перед стартом,
친구들, 우리 발사 전에 한 대 피우고 가세

* 위에서 언급된 보스토크 3호에 참가한 우주비행사 파벨 포포비치는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우주비행사들은 이륙 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라고 작가에게 말했고, 이에 가가린은 "왜 그걸 지금 말하냐, 이러면 다시 노래를 녹음해야 하지 않냐"라고 포포비치에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날 바로 재녹음에 들어갔고, 현재는 "Закурим"(담배 피우세)와 "споёмте"(노래부르세)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펠츠만의 말을 인용하자면, "오늘날 가수들은 "споёмте"라고 노래하고, 우주비행사들은 "закурим"이라고 노래한다". 이에 대해 보이노비치는 "뭐 우주비행사들이 제 생각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던 모양이죠, 어쨌든 노래가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되었네요"라고 언급했답니다.
У нас ещё в запасе Четырнадцать минут.
발사까지 우리에겐 아직 14분이 남았다네
 
Я верю, друзья, караваны ракет
나는 믿네, 친구들, 로켓의 대열은
Помчат нас вперёд от звезды до звезды.
별에서 별로 전진하며 우리를 실어 나를 것이라네
На пыльных тропинках далёких планет
머나먼 행성들로 향하는 먼지 자욱한 길 위로

* 당시 당국에서는 "먼지 자욱한 길"이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이유로 "새로운 길"로 바꿀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보이노비치는 "우주에는 와이퍼도 없으니 당연히 먼지 자욱한 길이며, '새로운 길'이라 하면 기존에 헌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라며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당국이 보이노비치의 항변을 받아들인 건지 이 부분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Останутся наши следы
우리의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네
 
Наверно, нам ребята, припомнится когда-то,
어쩌면, 우리들은, 언젠가 기억해 내리라

* 이 부분은 "Когда-нибудь с годами припомним мы с друзьями"(언젠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리 친구들은 기억해 내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딱히 검열된 부분은 아닌데 왜 이렇게도 부르는지는 모르겠군요.
Как мы к далеким звездам Прокладывали путь,
어떻게 우리가 머나먼 별들을 향해 길을 닦았는지
Как первыми сумели достичь заветной цели
어떻게 우리가 처음으로 소중한 목표에 다다를 수 있었는지
И на родную Землю со стороны взглянуть.
머나먼 곳에서 우리의 고향 지구를 바라볼 수 있었는지
 
Я верю, друзья, караваны ракет
나는 믿네, 친구들, 로켓의 대열은
Помчат нас вперёд от звезды до звезды.
별에서 별로 전진하며 우리를 실어 나를 것이라네
На пыльных тропинках далёких планет
머나먼 행성들로 향하는 먼지 자욱한 길 위로
Останутся наши следы
우리의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네
 
Давно нас ожидают далёкие планеты,
오랫동안 머나먼 행성들이 우리를 기다려 왔다네
Холодные планеты, безмолвные поля.
차가운 행성들이, 고요한 벌판들이
Но ни одна планета не ждёт нас так, как эта,
하지만 그 어떤 행성도 지구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행성보다
Планета дорогая по имени Земля.
우리를 그토록 기다려 오지는 않았다네

* 원본에서는 "푸른 행성"(Планета голубая)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련 당국은 가사 제출 직후 이 부분을 "사랑스러운 행성"(Планета дорогая)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두 버전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Я верю, друзья, караваны ракет
나는 믿네, 친구들, 로켓의 대열은
Помчат нас вперёд от звезды до звезды.
별에서 별로 전진하며 우리를 실어 나를 것이라네
На пыльных тропинках далёких планет
머나먼 행성들로 향하는 먼지 자욱한 길 위로
Останутся наши следы
우리의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네

Я верю, друзья, караваны ракет
나는 믿네, 친구들, 로켓의 대열은
Помчат нас вперёд от звезды до звезды.
별에서 별로 전진하며 우리를 실어 나를 것이라네
На пыльных тропинках далёких планет
머나먼 행성들로 향하는 먼지 자욱한 길 위로
Останутся наши следы
우리의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