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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орога(길) - АукцЫон(아욱치온)

 

"Welcome to the United States."

"Сенкью вери мач."

вот уроды...

 

아욱치온(АукцЫон)의 노래입니다. 어느 분이 말했듯 "레닌그라드의 아방가르드 샤먼"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음악으로 1978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장수 밴드입니다.

 

밴드 이름은 러시아어로 경매장을 의미하는 아욱치온(аукцион. auction과 동계어)에서 따왔는데, 활동 도중 가운데 и를 대문자 Ы로 바꾸어 이름이 АукцЫон이 되었습니다. 저 "Ы"는 대문자로 써 주는 것이 오피셜입니다.

 

왜 하필 "경매장"인가 하니 레닌그라드 락 클럽 참가 당시 밴드 이름이 필요했는데 당시까지 정해진 이름이 없어서 급히 사전의 "A" 항목을 뒤지다 눈에 잡힌 단어를 따왔기 때문이고(혹은 어느 멤버가 제안한 이름이었다는 말도 있음), 왜 하필 "Ы"인가 하니 드러머(Борис Шавейников)가 밴드 이름을 잘못 썼는데 밴드 멤버들 또한 좋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멤버가 거쳐 갔는데 리더이자 보컬/기타를 맡은 레오니트 표도로프(Леонид Фёдоров), 보컬과 "춤"(러시아 위키피디아 피셜. 프론트맨이라 보면 되려나)을 맡은 올레크 가르쿠샤(Олег Гаркуша), 키보드와 여러 관악기를 맡은 드미트리 오제르스키(Дмитрий Озерский), 베이스를 맡은 빅토르 본다리크(Виктор Бондарик) 등이 유명합니다.

 

레닌그라드 락 클럽 시절부터 여러 앨범을 내며 활동해 왔지만 어쨌든 "아욱치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은 1993년의 "새"입니다. 표도로프의 인터뷰에 따르면 1992년 여름 독일에서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 Помнишь ли ты, как создавалась песня «Дорога»?
— 노래 "길"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기억하시나요?
— «Дорогу» помню. Это было лето, мы были в Германии. Погода была такая же (Прим. автора: мы разговаривали на улице жарким солнечным весенним днем), наверное. Шикарная погода. И мы жили в течение недели в Гамбурге, по квартирам нас расселили. Первый раз мы приехали по приглашению фирмы датских таксистов — альтернативная такая фирма, бывшие хиппи. Жили у разных людей. Я жил с Борюсиком (барабанщик) и Озерским Димой (наш клавишник и автор текстов) на квартире у двух леди таких, фрау… В основном бездельничали, потому что концертов было мало. Я просто как-то вышел, пошел что-то покупать или гулять. А это район такой кайфовый, спальный, там бары всякие. Я гулял, и что-то мне навеяло. Я пришел и говрю: «Димка, тут у меня одна мелодия…». И за два часа мы набросали скелет текста, а потом через два месяца, приехав домой, доделали. В принципе, очень быстро писалась песня… то был 92-й или 93-й год. Нет, вру, наверное…. 92-й.
기억합니다. 여름이었고 우린 독일에 있었습니다. 날씨는 지금과 같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터뷰어 노트: 우리는 무더운, 화창한 봄날에 바깥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단한 날씨였죠. 우린 아파트 하나를 잡아 함부르크에서 한 주 동안 지냈습니다. 우리를 처음으로 초대한 곳은 덴마크 택시 운전사들의 회사였죠. 전직 히피들의 대안 회사였죠. 서로 다른 사람들과 지냈어요. 저는 아파트에서 프라우... 두 숙녀분하고 보류시크(드러머)와 디마 오제르스키(키보드 및 가사 담당)와 살았었죠. 기본적으로 공연이 많지 않았기에 우린 한가한 편이었습니다. 어쩌다 밖에 나가게 되었고, 나가서 뭘 좀 사고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은 정말로 쩔어주는 곳이었고, 졸린 곳이었고, 온갖 종류의 바가 있었습니다. 그 곳을 걷다가 어떤 영감이 닥쳐왔습니다. 전 돌아와서 말했죠. "딤카(드미트리), 멜로디가 하나 생각났는데..." 그리고 두 시간 만에 우리는 가사의 뼈대를 그려냈고, 두 달 뒤, 집에 도착했을 때, 노래를 완성했습니다. 노래 자체는 아주 빠르게 쓰였단 말이죠... 92년이었나 93년이었습니다. 아니, 말을 잘못했군요. 추측컨데... 92년이었군요. (표도로프, Музыкальная газета紙와 한 인터뷰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gIrvcznlz0M 

가장 유명한 라이브 중 하나. 1996년 고르부시카 공연. 프로그라마-A에서 방영.

 

좋은 노래고 발매 이후에 많은 호응을 얻어냈지만, 90년대 러시아를 휩쓴 영화 "브라트-2"(Брат-2)에 수록되면서 노래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됩니다. 당시 이 노래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핸드폰 벨소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슈퍼마켓부터 가구 상점까지 어디에서나 이 노래로 만든 벨소리가 들려왔을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그 대박에 비해 돈은 크게 벌지 못했는데, 멤버들 본인은 영화 삽입 비용도 제대로 흥정하지 않을 만큼 돈 문제에 관해서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브라트-2"가 대박을 친 이후 공연을 갈 때마다 당신네들이 브라트 영화에서 그 "길"을 연주한 밴드가 맞느냐, 그럼 "길"을 연주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요청자들은 (본인들도 인정했듯) 그 전까지는 "아욱치온"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아욱치온은 유럽 투어를 오래 돌았는데 멤버들도 인정했듯 그로 인해 러시아 내에서 인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었고 세대 교체가 원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좀 매섭게 말하자면 "틀딱들이나 듣는 밴드가 되어가는") 브라트-2가 이 모든 걸 뒤집어 버렸습니다. 그 10대 애들이 공연장에 찾아와서 노래를 들려달라 외치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그와 함께 아욱치온은 공연에서 "길"을 연주하는 빈도를 줄이게 됩니다.

 

잘못 쓴 게 아닙니다. 빈도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게 되었습니다. 아욱치온 멤버들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표도로프 왈 - 뭐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쓰게 해 주는 거죠 뭐. 전 별 생각 없습니다. 허락은 했는데 전 그 영화 별로 안 좋아함. / 가르쿠샤 왈 - 그 노래가 우리 밴드의 제일 유명한 노래는 아니죠. 우린 사실대로 말해 영화 삽입을 좋게 보지 않았고 노래를 주고 싶어하진 않았지만 감독이 레냐(표도로프)를 몇 날 며칠이고 줄기차게 따라다녀서 그냥 허락해 줬죠), 이후에 "길"을 공연 때 연주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도 "자신들이 원할 때만" 공연하는 등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가르쿠샤 왈 - 우린 우리 원할 때만 노래할 거임. 우린 레스토랑이 아님.) 

 

개인적으로는 자기 노래가 영화에 삽입된 것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레토프와, 브라트 시리즈를 "국수주의적 괴물"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의 노래 삽입을 끝까지 허용하지 않던 셰프추크가 떠오르는군요. 아 그러고 보니 셰프추크도 "가을이란 무엇인가"에 하도 질려서 몇 년 동안은 공연에서 아예 그 노래를 셋리스트에서 빼버렸죠. (가르쿠샤도 인터뷰 중 이 노래의 인기를 설명하면서 셰프추크의 가을 노래를 언급함) 근데 로디나는 왜...?

 

여담 1. 표도로프 왈 언젠가 피테르 어느 대학 근처에서 한 소년이 가사를 비틀어서 "Я сам себе универсам, сам себе сосиски, колбаса"(난 나 자신의 슈퍼마켓이요 나 자신의 소세지요)라고 노래부르는 걸 들었다고 합니다. 본인은 이를 보고 매우 "훌륭하다"라고 평가했고 심지어 이후 공연에서 이 가사를 써먹는 모습도 보입니다.

 

https://youtu.be/0yykuKQDfyM?list=OLAK5uy_n_uBOww-PvMgZJy7LEqlXvaO9GgqZJWY0

 

 

여담2. "새"에 실린 다른 노래들은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길"의 경우 원본 마스터를 좀 더 손을 봐서 재믹싱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 앨범 재판본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새"의 첫 버전(первый вариант)이 실려 있습니다. 들어보면 현 버전에 비해 조금 더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번역이 영 쉽지 않은 노래들이 많아서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감히 건드릴 엄두를 못 내보았는데 어쩌다 기회가 닿아 미숙한 실력으로나마 소개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두 곡 정도는 더 소개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특이하게도 "새" 앨범의 경우 같이 딸려오는 속지에 영어 번역본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앨범 커버에 코간(В. Коган)이라는 사람이 번역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당시 자료 중에서 이 영어 번역본을 키릴 문자로 전사한 자료가 발굴된 바 있습니다. 사실 이 노래가 원체 번역하기도 난해하고 또 이게 어쨌든 아욱치온 측의 공식 자료라고 보기에 러시아어 원문 가사를 기반으로 하되 영어 가사도 같이 참고하여 번역하였습니다.

 

Я сам себе и небо, и луна,
I wanna be the sky for me, the moon

나는 나 자신의 하늘이요 달이요
Голая, довольная луна,

I wanna be the naked, joyful moon

벌거벗은 만족한 달이요
Долгая дорога, да и то не моя.

The road is so long and it does not belong to me.

나의 것은 아닌 길고도 긴 길이라네


За мною зажигали города,
Cities just behind me beeing burned

나의 뒤로 도시들이 불타오르고 있네

* being burned의 오타로 추정
Глупые, чужие города,
Silly allien cities, they are burned

바보같은 낯선 도시들이
Там меня любили, только это не я.
The people loved me there, but it wasn't just me.
그 곳 사람들은 나를 좋아했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네


О, зона!
Oh, zone

아아, 구역이여!
Ожидает напряженно Родниковая.

It's waiting, waiting, strained and sprining by.

태초의 구역이 초조하게 기다리누나

Я сам себе и небо, и луна,
I wanna be the sky for me, the moon

나는 나 자신의 하늘이요 달이요
Голая, довольная луна,

I wanna be the naked, joyful moon

벌거벗은 만족한 달이요

Долгая дорога бескайфовая.
The road is so long and I cannot get high.

취할 수 없는 길고도 긴 길이라네

Меня держала за ноги земля,
The earth was there holding my feet

대지가 나의 발을 붙들었네
Голая тяжелая земля,
The earth was there naked, it was neat

벌거벗은 무거운 대지가
Медленно любила пережевывая.
Loving me slowly, it was chewing my life.

오래오래 씹으며 서서히 사랑하는 대지가
И пылью улетала в облака,
And flew away like dust into the clouds

마치 먼지처럼 구름 속으로 날아갔네
Крыльями метала облака

마치 날개처럼 구름을 던졌네

* 이 부분은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음. 이유는 불명.
Долгая дорога бескайфовая.

The road is so long and I cannot get high
취할 수 없는 길고도 긴 길이라네

О, зона!
Oh, zone

아아, 구역이여!
Ожидает напряженно Беспросветная.

It's waiting, waiting, strained and gloomy, very gloomy

어두껌껌한 구역이 초조하게 기다리누나
Я сам себе и небо и луна,
I wanna be the sky for me, the moon,

나는 나 자신의 하늘이요 달이요
Голая, довольная луна,
I wanna be the naked, joyful moon

벌거벗은 만족한 달이요
Я летаю где-то, только это не я.
Wanna play someplace, but it isn't just me. Wanna be me.

어디론가 날아가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네